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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빠인 줄 알고 시아버지를 곤돌라에 태운 상간녀
시아버지는 심장 우회 수술을 마친 뒤, 새 프로젝트를 시찰하러 회사에 오셨다. 나는 미리 프로젝트팀에 안전한 관광용 차량을 준비해 두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안전장치 하나 없는 고공 작업용 곤돌라였다. 남편이 회사에 들여놓은 첫사랑 심아린이 비꼬듯 입을 열었다. “고물이나 줍는 네 아버지가 공사장에 와서 고철이나 주워 가려는 거겠지.” “내가 프로젝트 책임자니까, 박 대표 대신 규율을 지키는 게 당연해.” “그래도 내가 마음이 약해서 말이야. 이 곤돌라가 조금 고장이 나긴 했지만, 너희를 하늘로 보내기엔 딱 좋겠네.” 나는 그 순간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심아린이 시아버지를 시골에서 농사짓는 내 친아버지로 착각한 거였다. 나는 시아버지가 방금 심장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놀라거나 고공 작업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심아린은 일꾼들에게 우리를 거칠게 곤돌라에 밀어 넣게 하더니, 급상승 스위치를 거칠게 내려버렸다. 겁에 질린 시아버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심아린은 아래에서 무전기를 들고 자랑하듯 말했다. “나는 번지점프 클럽 VIP야. 오늘 너희한테 하늘을 찌르듯 치솟는 기분이 뭔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게.”
챕터 (1)
1화
시아버지는 심장 우회 수술을 마친 뒤, 새 프로젝트를 시찰하러 회사에 오셨다.
나는 미리 프로젝트팀에 안전한 관광용 차량을 준비해 두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안전장치 하나 없는 고공 작업용 곤돌라였다.
남편이 회사에 들여놓은 첫사랑 심아린이 비꼬듯 입을 열었다.
“고물이나 줍는 네 아버지가 공사장에 와서 고철이나 주워 가려는 거겠지.”
“내가 프로젝트 책임자니까, 박 대표 대신 규율을 지키는 게 당연해.”
“그래도 내가 마음이 약해서 말이야. 이 곤돌라가 조금 고장이 나긴 했지만, 너희를 하늘로 보내기엔 딱 좋겠네.”
나는 그 순간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심아린이 시아버지를 시골에서 농사짓는 내 친아버지로 착각한 거였다.
나는 시아버지가 방금 심장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놀라거나 고공 작업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심아린은 일꾼들에게 우리를 거칠게 곤돌라에 밀어 넣게 하더니, 급상승 스위치를 거칠게 내려버렸다.
겁에 질린 시아버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심아린은 아래에서 무전기를 들고 자랑하듯 말했다.
“나는 번지점프 클럽 VIP야. 오늘 너희한테 하늘을 찌르듯 치솟는 기분이 뭔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게.”
제1화
“아무 문제도 없겠어? 위에 계신 분은 우리 박 대표님 손님이라고.”
작업반장 성기호의 외침이 거센 바람에 찢겨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성기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작업용 곤돌라는 기준치를 한참이나 초과한 속도로 하늘로 치솟았다.
시아버지 박진해는 갑작스러운 무중력감에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녹슨 철판 위에 그대로 두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나는 황급히 달려가 시아버지를 부축했다.
시아버지의 얼굴은 이미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입술과 손이 떨렸고, 심지어 동공까지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심장 통증이 발작할 때만 나타나는 특유의 전신 경련이었다.
바람이 사방에서 들이치면서 작업용 곤돌라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비상 정지! 비상 정지 버튼 눌러!”
나는 작업 바구니 구석에 있는 빨간 버튼을 두드렸다.
한 번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두 번을 눌러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살펴보니 제어 케이블이 싹둑 잘려 있었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심아린! 너 미쳤어?”
30미터 상공에 매달린 나는 심아린이 파라솔 아래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여유롭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시아버지의 호흡은 마치 풀무질을 하듯 거칠어졌다.
나는 이런 소리를 중환자실에서 단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심장 우회 수술을 받고 사흘째 되던 날,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 밤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박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박연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는 거의 울부짖듯 소리쳤다.
“연우야! 빨리 사람 보내서 작업용 곤돌라 멈춰! 아버님 심장병이 도지셨어!”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린이한테 들었어.]
[네가 그 가난한 아버지 데리고 공사장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떼를 쓴다며?]
[바람 좀 쐬게 하는 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야?]
[또 쓸데없이 난리 치면 다음 달 생활비는 꿈도 꾸지 마.]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아래에서 확성기의 날카로운 고음이 터져 나왔다.
심아린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몇 배나 크게 울려 퍼졌다.
“위에 있는 늙은이! 죽은 개처럼 엎드려 있지 말고 일어나!”
“내 기분 좀 풀어주게 춤이라도 한 번 춰봐!”
마침내 참지 못한 성기호가 안전모를 벗어 던지더니 전기 스위치함으로 달려갔다.
심아린이 성기호의 뺨을 후려쳤다.
“누가 만지라고 했어?”
“오늘 누가 그 스위치에 손만 대면, 내일 그 반은 전부 해고하고 임금도 한 푼도 안 줄 거야.”
아무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고공의 옆바람이 점점 거세졌고, 곤돌라가 무섭게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시아버지의 팔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이 조잡한 곤돌라에서 떨어지지 않게 막을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
시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약병 뚜껑을 열었다.
그러나 바람이 세차게 덮쳐왔다.
작업용 곤돌라가 거의 45도로 격렬하게 기울었다.
약병이 시아버지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면서 약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발 밑의 철망 사이로 빠져나간 약병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약병이 심아린의 발치에 떨어져 두어 번 튕기면서, 알약들이 사방으로 굴러갔다.
나는 작업 바구니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목이 이미 쉬어 버린 채 외쳤다.
“심 팀장, 빨리 우리 내려줘!”
“그건 아버님 목숨을 살리는 약이야...”
거센 바람 때문에 목소리가 끊겼지만, 심아린은 분명히 내 말을 들었다.
심아린은 발치의 알약들을 내려다보더니,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쿵!
약 위로 발을 내리찍었다.
심지어 발목을 비틀며 힘껏 눌러서, 모든 알약을 가루로 으깨 버렸다.
“시골에서 온 촌놈이 무슨 돈이 있어서 약을 먹어? 그냥 사탕이겠지.”
제2화
“진짜 재수 없네. 내 신발까지 더러워졌잖아.”
심아린은 허리를 굽혀 신발 바닥을 보더니, 혐오스럽다는 듯이 땅에 문질렀다.
시아버지는 위에서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시아버지의 몸이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버님, 제가 내려가서 여분의 약을 가져올게요.”
내가 곧장 몸을 돌려 곤돌라 바깥쪽의 철제 와이어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시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내 손목을 죽어라 움켜쥐었고, 그 힘은 일흔 살의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시아버지는 내가 위험을 무릅쓰길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날카로운 전자 경보음이 아래에서 울려 퍼졌다.
심아린의 손에 검은 리모컨이 하나 더 있었다.
“무중력이 어떤 건지 체험하게 해줄게.”
곤돌라의 제동 장치가 원격으로 해제되었다.
철창 전체가 30미터 상공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자유 낙하를 하기 시작했다.
순간 오장육부가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귓가에는 바람 소리와 쇠사슬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날카로운 금속음만 가득했다.
그러다 10미터에서 갑자기 급정지했다.
관성 때문에 나와 시아버지는 자루처럼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시아버지의 이마가 철제 난간에 거세게 부딪혔다.
순식간에 피가 솟구쳤다.
시아버지의 눈이 뒤집히며 새하얀 흰자위만 드러났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몸이 축 늘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아니, 시아버지의 입술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아버님, 정신 차리세요!”
나는 거의 패닉에 빠져서 시아버지의 뺨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나는 곤돌라 안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녹슨 철판에 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제발, 빨리 내려줘!”
“지금 당장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그 자리 당신한테 넘겨줄게.”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게...”
심아린은 내 말을 듣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진작에 꺼졌어야지.”
“하지만 오늘 고공 롤러코스터 체험은 아직 안 끝났어. 위에서 얌전히 버텨.”
심아린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30분만 더 기다려. 나 네일아트 예약이 있거든. 시간 되면 내려줄게.”
시아버지는 30분은커녕 30초도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나는 시아버지를 철판 위에 눕히고,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시아버지의 흉강에서 비정상적인 공허한 소리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아버지의 손은 축 늘어져 있었다. 손가락은 아까 약병 뚜껑을 돌릴 때 구부러진 모양 그대로였다.
나는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아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는 진성그룹 남부 신도시 공사 현장이에요. 3호 타워크레인 쪽에 심장마비 환자가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교환원은 전화를 끊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시아버지의 입술은 이미 완전히 검게 변해 있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8분 후에 울리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살았다.
아버님을 살릴 수 있었다.
나는 곤돌라 가장자리에 엎드려서, 구급차가 공사장 정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형 덤프트럭 두 대가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앞에 심아린이 두 팔을 끌어안은 채 서 있었다.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의료진이 차에서 뛰어내려서 구급함을 들고 안으로 달려갔다.
“환자가 심정지 상태입니다! 비켜주세요!”
심아린은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여기는 진성그룹 공사 현장이야. 외부 차량 진입은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해.”
“차 바퀴가 이렇게 더러운데, 도로를 더럽히면 누가 치워?”
선두에 있던 의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당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거 알아요?”
심아린은 주머니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더니 의사의 얼굴에 내던졌다.
“시골 늙은이가 죽은 척하는 것뿐이야.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이 돈이면 치료비는 충분해. 진성그룹 공사 일정이 밀리면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어?”
바람에 돈이 흩날렸다.
하지만 누구 하나 주우려고 하지 않았다.
덤프트럭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의료진은 결국 옆 철조망을 넘어서 들것과 구급함을 들고 들어왔다.
하지만 공사장은 너무 넓었다.
정문에서 작업 바구니까지 달려오는 데만 6, 7분은 걸렸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뿐이었다.
나는 위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거대한 공사장을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비계를 돌아가고, 도랑을 건너뛰었다.
5분이 지났다.
나는 기계적으로 시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계속하고 있었다.
시아버지의 가슴은 더 이상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심아린이 마침내 리모컨을 눌렀다.
곤돌라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었다.
마치 또다시 자유 낙하를 하듯 곤돌라가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철창 전체가 지면에 거세게 처박히며 먼지와 자갈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충격에 휘청거리다 그대로 굴러 넘어졌다.
제3화
나는 엎어지다시피 곤돌라를 빠져나온 뒤 시아버지를 끌어내려 바닥에 눕혔다.
시아버지의 이마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의 색은 더 이상 선홍색이 아니었다.
검붉다 못해 거의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다.
두 명의 의료진이 마침내 달려왔다.
선두에 있던 의사가 쪼그려 앉아서 시아버지의 경동맥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먄사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동공이 완전히 산대됐습니다. 심인성 급사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내 손은 여전히 심폐소생술을 하던 자세 그대로 허공에 굳어 있었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다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
나는 점점 차가워지는 시아버지의 몸을 끌어안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심아린은 3미터 밖에 서서 코를 막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뭘 그렇게 악을 써? 돼지 멱따는 소리도 아니고, 진짜 재수 없네.”
심아린은 시아버지가 정말 죽은 것을 보고도, 얼굴에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다.
심아린은 옆에 있던 작업자들에게 명령했다.
“우리 공사장에서 죽다니, 완전히 생떼를 쓰는 거잖아.”
“너희 몇 명은 현장에서 제일 더러운 낡은 천막 가져와서 이 늙은이 덮어. 내 눈을 더럽히지 말고.”
“그리고 견인차 하나 불러서 빨리 화장터로 보내 태워버려.”
직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아린은 나를 다시 볼 생각도 없이 몸을 돌려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2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공사장 정문에 멈춰 섰다.
박연우가 차에서 내렸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손에는 티파니 블루 종이백까지 들고 있었다.
심아린이 박연우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이제야 왔어? 당신이 진짜 몰라서 그렇지. 당신 아내가 그 가난뱅이 아버지까지 데리고 공사장에 와서 난리를 쳤다니까.”
“돈 뜯어내려다 안 되니까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까지 했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박연우는 고개를 숙여 바람에 흐트러진 심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발치에 있는 더러운 천막으로 덮인 뭔가를 보았다.
천천히 다가온 박연우가 천막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았다.
천막이 완전히 덮이지 않아서 손 하나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약지에는 시계가 하나 걸려 있었다.
파텍필립 노틸러스, 전 세계에 단 50점만 존재한다는 희귀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박연우는 그 시계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손을 밟았다.
박연우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에 아무 온기도 없이 말했다.
“잘 들어.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도 지긋지긋한데, 네 아버지까지 여기 와서 사기 치고 난리야.”
“당장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꺼져. 그리고 그 거지 같은 네 아버지도 데리고 나가.”
“내 회사에 더러운 것들 들여놓지 마.”
나는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시아버지 손을 밟고 있는 발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밟고 있는 사람, 당신 친아버지야.”
박연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너 미쳤어? 아니면 슬픔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거야?”
“우리 아버지는 북유럽의 최고급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셔. 네 시골 출신 아버지가 감히 우리 아버지 행세를 해?”
박연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엔진 굉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한 대가 아니라 열 대가 넘었다.
검은색 허머들이 마치 거대한 강철 이무기 떼처럼 대로를 가로질러서 밀려왔다.
그리고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덤프트럭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호원들이 황급히 달려와서 차량을 막아섰다.
그러자 선두에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신분증을 하나 꺼내 보였다.
경호원은 신분증을 보더니 곧바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차량 행렬은 공사장 중앙에 반원형으로 멈춰 섰다.
가장 가운데 차량의 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기어 나오듯 뛰어나왔다.
그 남자를 나는 알고 있었다.
진성그룹의 집사인 조성철이었다.
조성철은 천막 앞으로 달려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 더러운 천막을 걷어냈다.
피로 얼룩졌지만, 여전히 위엄이 서린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도련님, 보십시오. 이분은 회장님입니다.”
박연우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박연우는 고개를 숙여 그 얼굴을 보았다.
박연우가 어릴 때부터 30년 동안 올려다보며 살아온 그 얼굴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티파니 종이백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빠져나와서 먼지 속으로 떨어졌다.
박연우의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이 무너지면서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