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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하는 엄마
동생이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장인 엄마는 손목을 삔 동생만 챙겼다. 나는 희미해져 가는 목소리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동생이 다쳤는데 왜 지켜 주지도 않았어! 어디서 약한 척을 해? 혼자 여기 남아서 제대로 반성해!” 엄마는 곧바로 구조대원 전원에게 철수하라고 명령했고, 아무도 나를 구조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내 죽음을 알게 된 엄마는 이미 썩어 버린 내 시신을 끌어안으면서 내 이름을 미친 듯이 계속 불렀다.
챕터 (1)
1화
동생이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장인 엄마는 손목을 삔 동생만 챙겼다.
나는 희미해져 가는 목소리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동생이 다쳤는데 왜 지켜 주지도 않았어! 어디서 약한 척을 해? 혼자 여기 남아서 제대로 반성해!”
엄마는 곧바로 구조대원 전원에게 철수하라고 명령했고, 아무도 나를 구조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내 죽음을 알게 된 엄마는 이미 썩어 버린 내 시신을 끌어안으면서 내 이름을 미친 듯이 계속 불렀다.
제1화
죽은 뒤, 내 영혼은 엄마 곁을 떠돌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게 차갑기만 했던 엄마는 동생의 손을 붙잡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손목을 주물러 주고 있었다.
“시우야, 엄마가 지금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줄게. 손은 분명 괜찮을 거야.”
엄마가 윤시우를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한 구조대원이 두 사람을 막아섰다.
잠시 망설이던 그 구조대원이 입을 열었다.
“지우가 아직 절벽 아래에 있습니다. 먼저 구조해야 하지 않을까요?”
엄마의 표정이 단번에 싸늘해졌다.
“걔를 왜 구해요? 동생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는데, 나도 따질 게 많아요. 그냥 혼자 아래에 있게 둬요. 아무도 구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엄마는 바닥에 침까지 뱉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를 힘껏 밀어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다 손목을 삔 건 윤시우였다.
그런데 엄마에게 잘못한 사람은 오히려 동생을 지키지 못한 나였다.
구조대원은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다시 말했다.
“지연 씨, 그래도 지우가 아까부터 꼼짝도 안 합니다. 정말 잘못된 걸 수도 있으니 일단...”
엄마는 눈을 흘기며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신경 쓰지 마요. 내가 혼낼까 봐 일부러 저러는 게 뻔해요. 나는 안 속아요.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실컷 누워 있다가 알아서 걸어오라고 해요. 이번에는 제대로 버릇을 고쳐 놔야지. 보기만 해도 속이 터져 죽겠다니까요.”
엄마의 말을 듣고 있자니 죽은 뒤인데도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다.
엄마는 구조대장이었다.
크고 작은 구조 현장을 수도 없이 겪어 왔다.
야외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고, 다친 사람은 최대한 빨리 구조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절벽 아래에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가 있었다.
하필 나는 그 위로 떨어졌다.
날카로운 바위가 등을 깊숙이 파고들면서 큰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엄마는 살려 달라는 내 애원을 외면했다.
손목을 삔 동생만 걱정하며 내게 모진 말까지 내뱉었다.
“너는 그렇게 큰데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 동생 하나 지키지도 못하고. 내가 널 왜 낳았나 몰라!”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엄마는 모든 대원들에게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누구도 나를 구조하지 못하게 했다.
그 말에 끝까지 붙들고 있던 희망마저 사라졌다.
‘엄마, 내가 그렇게 싫었어요?’
‘죽어 가는 나한테 줄 사랑은 조금도 없었던 거예요?’
‘그럼 이 목숨, 엄마한테 돌려줄게요.’
구조대원이 다시 엄마를 설득하려던 그때, 윤시우가 갑자기 아프다며 신음했다.
“엄마, 손목이 너무 아파요. 혹시 부러진 거 아니에요? 무서워요.”
엄마의 얼굴에서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걱정하는 기색이 번졌다.
엄마는 곧바로 구조 장비를 차에 실었다.
“걱정하지 마, 시우야. 엄마가 아무 일 없게 해 줄게.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자.”
그러고는 다른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출발해요! 시우 치료가 늦어지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대원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 차에 올랐다.
이렇게 대놓고 차별받는 건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왜 아직 가슴이 아픈 걸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데...
제2화
엄마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서 윤시우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의사가 손목을 삔 것뿐이고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한 뒤에야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아빠도 숨을 헐떡이며 병원으로 달려왔다.
“시우는 어때? 손목은 괜찮아? 뼈는 안 다쳤대?”
엄마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냥 삔 거래. 뼈는 안 다쳤다니까 정말 다행이야. 다 지우 때문이야. 동생 좀 제대로 지키라고 했는데 그것도 못 하고. 내가 걔를 왜 키웠나 몰라.”
내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의 목소리는 금세 차가워졌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나도 윤시우보다 겨우 한 살 많을 뿐이었다.
나 역시 어린아이였다.
게다가 윤시우는 늘 부모님의 사랑을 등에 업고 나를 괴롭혔다.
내가 지켜 줘야 할 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빠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그 자식은 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 개도 주인은 지킬 줄 아는데, 먹이고 입혀 키워 놨더니 동생도 하나 못 지켜?”
가슴 한구석이 쓰렸다.
아빠가 윤시우의 다친 손목을 보면 나부터 탓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빠에게 내가 개보다도 못한 존재일 줄은 몰랐다.
윤시우가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아빠. 형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형 아직 절벽 아래에 있잖아요. 우리 데리러 가요.”
엄마는 흐뭇한 얼굴로 윤시우를 품에 안았다.
“시우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번에는 형이 자기 잘못을 확실히 알게 해야 해.”
아빠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래. 이번엔 제대로 혼내 줘야지.”
윤시우는 뭔가 말하려다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은 그런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곧바로 다정하게 물었다.
“우리 아들, 엄마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무서워하지 말고 말해.”
“무슨 일이든 엄마 아빠는 네 편이야.”
윤시우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엄마, 형은 왜 저를 그렇게 싫어해요? 제가 빨리 피하지 않았으면 지금 절벽 아래에 누워 있는 건 저였을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은 곧바로 분노했다.
엄마는 당장이라도 불같이 폭발할 듯했다.
“지우 그 못된 자식! 그러고도 나한테 살려 달라고 한 거야? 차라리 거기서 죽는 게 낫겠네!”
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이 찌그러질 정도로 힘을 줬다.
“그건 사람을 죽이려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경찰에 신고해야겠어. 그런 놈은 감옥에 처넣어야 해!”
윤시우는 어릴 때부터 수없이 내게 누명을 씌웠다.
부모님은 매번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동생 편부터 들었다.
아무리 울면서 아니라고 말해도 돌아오는 건 매질뿐이었다.
오늘처럼 사람 목숨이 달린 순간에도 부모님은 망설임 없이 윤시우의 말을 믿었다.
엄마는 잊은 걸까?
절벽 아래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정말로 윤시우를 해치려고 했다면 내 목숨까지 걸고 그럴 리가 없었다.
아빠는 내가 감옥에 가는 걸 바라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마치 내가 자기 인생에서의 오점이라도 되는 듯했다.
‘부모님 눈에 나는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자식이었던 걸까?’
윤시우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말했다.
“엄마, 아빠. 전 형 원망 안 해요. 형도 그냥 엄마 아빠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거겠죠.”
저 표정은 너무 익숙했다.
윤시우는 어릴 때부터 저런 식으로 자신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언제나 원하는 답을 얻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나를 향한 비난뿐이었다.
마치 내가 이 집에 얹혀사는 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엄마는 코웃음을 쳤다.
“걔가 무슨 자격으로? 어릴 때부터 집안을 온통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 우리가 지금까지 키워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아빠는 윤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시우야, 엄마 아빠한테 착한 아들은 너뿐이야. 우리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도 너고. 우리가 가진 건 나중에 전부 네 거야.”
그제야 윤시우가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엄마, 아빠. 저도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요.”
비슷한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는데도 가슴은 여전히 아팠다.
세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 집도 그랬다.
세 사람 사이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3화
문득 내가 여섯 살이 되기 전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부모님은 동생을 더 예뻐했지만, 그래도 나까지 완전히 외면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집 앞에서 아빠가 다른 여자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
어렸던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대로 엄마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크게 싸웠다.
나는 옆에 멍하니 서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아빠가 엄마에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엄마 앞을 막아선 채 나름대로 잔뜩 화난 얼굴로 아빠에게 말했다.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
반면 동생은 울면서 두 사람에게 달려가 안겼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건 싫다고 울며 매달렸다.
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다시 화해했다.
그리고 그 뒤부터 모든 화살은 나를 향했다.
엄마는 괜히 일을 키웠다며 나한테 손가락질을 했고, 아빠는 내 뺨을 때리며 집안을 망치는 애라고 했다.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다.
엄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그 일을 입 밖에 내는 바람에, 두 사람이 애써 덮어 두던 문제를 더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됐다.
엄마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면서도 계속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빠 역시 밖에 여자가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린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진 않았다.
이혼할 생각도 없었다.
결국 윤시우는 두 사람이 다시 한발씩 물러설 수 있는 구실이 됐다.
그리고 나는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두 사람의 관계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됐다.
그날 이후 나는 집안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가 됐고, 점점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
반대로 윤시우는 가족을 지켜 낸 착한 아이가 됐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아들이 됐다.
그 뒤로 동생은 점점 더 거리낌 없이 부모님 앞에서 내 험담을 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됐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곧장 시장에 가서 좋은 뼈를 골라 사 왔다.
윤시우의 손목 회복에 좋다며 푹 고아 주겠다고 했다.
뼈에는 이상이 없어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빠는 과일 껍질을 전부 깎아서 한입 크기로 잘라 윤시우 입가에 갖다줬다.
손을 쓰면 안 되니 푹 쉬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식탁에는 온통 윤시우가 좋아하는 음식만 올라와 있었다.
엄마는 국을 떠 주고, 아빠는 반찬을 집어 주느라 바빴다.
윤시우는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관심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엄마, 아빠도 오늘 고생 많으셨잖아요. 두 분도 많이 드세요.”
그러고는 부모님 그릇에 반찬을 하나씩 올려 줬다.
아빠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시우가 이제 엄마 아빠 걱정도 다 해 주네. 아빠는 시우가 준 건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을게.”
엄마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감동한 얼굴을 했다.
“우리 아들, 정말 엄마 마음도 알아주네.”
윤시우는 부모님에게 조금만 잘해 줘도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뭘 해도 칭찬 한마디 듣기 어려웠다.
그러던 엄마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표정도 금세 차갑게 굳어졌다.
“윤지우 그 못된 자식, 아직도 안 들어와?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우습게 보는 거야?”
“사람을 죽이려고 한 걸 신고도 안 했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이제는 집을 나간 척까지 하네.”
아빠가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걔 얘기는 꺼내지도 마. 안 들어오면 오히려 잘됐지. 얼굴 안 봐도 되니까 속 편하잖아.”
“모레가 시우 생일이잖아. 생일 준비나 제대로 하자.”
그 말을 듣자 엄마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엄마는 윤시우의 생일 파티 이야기를 신나게 꺼냈다.
친척과 지인들을 전부 불러서 크게 축하해 주겠다고 했다.
식탁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무도 더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목이 메었다.
‘엄마, 난 이미 죽었어요.’
‘왜 죽은 뒤까지 당신들한테 이런 말들을 들어야 해요?’
‘이렇게까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왜 나를 낳았어요?’
윤시우의 생일은 금세 돌아왔다.
부모님은 호텔 연회장을 통째로 빌리고 현수막까지 걸었다.
찾아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부모님이 윤시우를 얼마나 아끼는지 칭찬했다.
그때 친척 한 명이 엄마 손목의 순금 팔찌를 가리키며 웃었다.
“이거 시우가 선물한 거지? 그러니까 그렇게 예뻐할 수밖에 없지. 저렇게 살가운 아들이 어디 있어. 우리 집 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속만 썩이는데.”
엄마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 팔찌는 내가 사 준 거였다.
그동안 엄마가 윤시우에게 준 사랑에 비하면, 내가 받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늘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방과 후마다 친구들 공부를 봐주고 받은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 돈으로 엄마에게 순금 팔찌를 사 줬다.
딱 한 번이라도 엄마가 웃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엄마는 칭찬은커녕 집의 돈을 훔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때 나를 훑어보던 차가운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엄마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다가가서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잠시 망설이던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지우가 아직도 안 들어왔잖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
내가 죽은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엄마는 그제야 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아빠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 큰 애한테 무슨 일이 생겨?”
그때 윤시우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형이 저 보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 그날도 제가 있는 집에서는 단 한순간도 있기 싫다고 했거든요.”
엄마 얼굴에 잠깐 떠올랐던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영영 들어오지 말라고 해! 이 집이 지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우리한테 소중한 아들은 시우야. 걔가 뭔데!”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엄마, 원하던 대로 됐어요.’
‘나는 이제 정말 다시는 못 돌아가요.’
연회장 안에서는 계속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엄마 얼굴에도 좀처럼 보기 힘들던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우빈 씨, 무슨 일이에요? 오늘 시우 생일이라 지금 좀 바쁜데.”
전화를 건 사람은 그날 엄마에게 나를 구조하자고 말했던 손우빈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연 씨, 지우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우 생일 파티를 하고 계신 겁니까?]